2025. 3. 2. 13:42ㆍ카테고리 없음
노래 잘하는 이를 가리는 말 중에 '가호(歌豪)' 가 있다.
'가왕이나 명창, 절창이라는 말은 요즘 가수를 일컬을 때도 쓰이는 표현이라 익숙한 편이지만,
'가호'라는 표현은 아무래도 생소할 수 있다. .
가호의 '호'는 빼어나다는 뜻의 한자어로, 이 말이 가장 많이 쓰이는 예는
'영웅호걸.' 정도가 될 것 같다.
얼마나 노래를 잘했으면 . 이런 호칭으로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...
이 표현으로 가수를 높이 치며세운 이는 조선시대 뛰어난 문학과 예술부문에서 '시서화'를 모두 잘하는 삼절로 꼽혔던
신광수( 申光洙 , 1712-1775, 호 석북) 라는 분이다.
이 분은 자신이 감상한 공연에 대해서도 꽤 의미있는 글을 남기셨는데
그 중 자주 인용되는 것이 '노래하는 이 이응태에게 준 시 '증 가자 이흥태 贈歌者。李應泰'이고, 이 싯구에서
이응태를 당세의 '가호'라 치켜올렸다.
가자 이응태는 이세춘이다.
이세춘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리며 활동했던 인물로
신광수의 표현에 따르면, 10년동안 한양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
세간에 논다하는 이들이 다 그의 노래를 따라부를 정도였다.
이세춘은 이 대단한 농래 실력으로 동시대 최고 명인명기들과 어울러
평사들의 연회에 초대를 받았기 때문에 조선 후기 한문 기록에 존재감을 드려냈고,
이로 인해 그의 명성은 지금까지도 맥이 이어지고 있다. .
신광수가 글로 남긴 '팬심'의 힘이 크다.
이런 이세춘에게 '기호'라는 호칭을 남겨준 석북 신광수의 첫 구는 다음과 같다.
번역은 뜻이 통하게 많이 풀었다.
<贈歌者。李應泰>
當世歌豪李世春。十年傾倒漢陽人。靑樓俠少能傳唱。白首江湖解動神。
당세 가호 이세춘, 십년이나 서울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.
청루 드나들며 노는 이들은 그의 노래를 따라 불렀고
머리 허연 강호의 늙은이들 넋을 놓을 정도였지..
ⓒ 송혜진